[Interview] '모럴센스'의 박현진 감독와 배우 서현, 이준영을 만나다 #SEOHYUN #CINE21 #LoveandLeashes
그 남자 그 여자의 은밀한 취향
'모럴센스'의 박현진 감독와 배우 서현, 이준영을 만나다
정지우(서현)와 정지후(이준영). 회사의 같은 팀 소속이며 이름이 비슷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교집합이 없던 두 사람. 하지만 지후의 특별한 택배가 지우에게 잘못 전달되면서 둘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된다. 2월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모럴센스'는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지후와, 택배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새로운 취향을 깨달아가는 지우의 관계를 다룬다. 지우와 지후의 일상과 플레이 신을 균형 있게 묘사하며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발맞춰 나아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린 영화다. '모럴센스'를 두고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하는 박현진 감독과 배우 서현, 이준영을 만났다.
다름의 특별함 '모럴센스' 배우 서현, 이준영
상사에게도 할 말은 하는 완벽주의자 정지우(서현)와 적을 두지 않는 따뜻한 성격의 정지후(이준영). 비슷한 이름 외엔 둘은 성격도 취향도 다르다. 사내 동료에 불과했던 지우와 지후는 잘못 배달된 택배 하나로 3개월간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모럴센스'는 지우가 지후의 특별한 성적 취향을 알게 된 뒤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를 묘사한다. 성적 취향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사려 깊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극의 중심에 선 서현과 이준영은 영화의 아슬한 분위기를 흥미롭게 견인한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줘온 두 사람이지만 '모럴센스'는 소녀시대의 서현, 유키스의 이준영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도, 두 배우의 연기를 꾸준히 봐온 이들에게도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것이다.
'모럴센스'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서현) 배우라면 다들 다양한 역할과 장르를 하고 싶어 하는데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진 않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지우는 도전해보고 싶고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다. 누구나 갖고 있는 다름을 이해하고 배우고, 또 그런 점을 유쾌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준영)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타입인데 후루룩 쉽게 읽히더라. 그 점이 신기했고 소재 자체도 특별해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맡은 역할을 잘 구현해낸다면 내게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작품을 택했다.
정지후, 정지우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이준영) 지후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그 대사를 읽고 이 역할에 대해 확신했다. 지후를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감사하다.
(서현) 정지우라는 캐릭터는 겉으로 보기엔 차갑고 철두철미한 성격에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때론 뜨거워지고 지후를 통해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캐릭터다. 그 점이 매력 있게 느껴졌다.
원작 웹툰은 어떻게 봤나.
(이준영) 웹툰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비교하자면 개인적으로 지우는 100%라고 생각한다. 책을 뚫고 나왔다. 근데 나는 좀 애매하다.
(서현) 아니다! 100% 잘 어울렸다. 체격도 그렇고 안경도 잘 어울렸고. 그런데 머리는 오늘보다 그때 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준영) 가위 좀 주시겠어요? (일동 웃음)
이준영 배우는 싱크로율 때문에 체중도 증량했다고 들었다.
(이준영) 당시 아이돌 역할을 맡아 감량한 상태였다. '모럴센스'에선 원작과 비슷하게 가보려고 하루에 다섯끼씩 먹었다.
오피스룩과 플레이룩의 대비가 명확하다. 개별 의상마다 공을 세심하게 들였다는 게 느껴졌는데 어떻게 컨셉을 잡아갔나.
(이준영) 처음 우리끼리 이야기한 것도 대비가 확실하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소재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고, 서로 "이 넥타이가 더 잘 어울린다", "저 의상이 더 세 보이는데"라며 대화를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각자 캐릭터의 특징이 잘 부각된 것 같아 만족한다.
(서현) 오피스룩은 모든 회사원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룩이라면 반대로 플레이룩은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룩이다. 양극단을 오가는 '모럴센스'의 특징이 캐릭터의 의상에서도 잘 표현됐기 때문에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박현진 감독과도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들었다.
(서현) '모럴센스'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배워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때문에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은 인물의 전사와 같은 것들을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상상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다.
(이준영) 웹툰에선 지후의 나이가 더 많고 직책도 대리라 중후한 면을 가져가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어쩌면 좋을까요?" 하고 여쭤봤는데 "내가 권하는 지후의 모습은 대형견"이라고 하시더라. 구체적으로 여쭤봤다. "어떤 종류입니까?" "골든리트리버다." 자기가 소형견인 줄 아는 대형견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동화되려고 노력했다. 쉬는 시간에 강아지 영상도 보고. (웃음)
촬영 전부터 서로 친분이 있었나.
(이준영) 음악 방송에서 인사만 나눈 정도였다. 서현씨는 조용하고 순하고 그런 이미지가 강했는데 실제로도 선하고 기운이 좋았다. 그 첫인상이 끝까지 이어졌다.
(서현) 정말? 난 좀 달랐다. 첫인상이 되게 강렬했는데 나를 너무 어려워하는 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사무실에서 만나서 인사를 하는데 내 눈을 한번도 안 쳐다보는 거다. (웃음) 몇 시간 동안 바닥만 보고 있었다.
(이준영) 아니, 그 정도는 아니다. "안녕하세요" 해서 "예,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하고 인사하느라 그런 건데. (웃음) 근데 사실 같이 작업한 선배님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친해지기 전까진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서현) 역할상 친근하게 잘 지내야 하는데 '내가 많이 어려운가보다, 어떡하지' 하고 걱정도 좀 됐다. 그런데 지내보니까 밝고 말도 잘하더라. 끝날 때 편해져서 다행이다.
(이준영) 무섭지 않습니다.
(서현) 다행입니다. (웃음)
지우와 지후에게도 각자의 틀을 깨고 더 가까워지는 장면이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사무실 장면을 굉장히 흥미롭게 봤다.
(이준영) 아직도 생생하다. 제일 생생하다.
(서현)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신이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지우가 지후를 굉장히 호되게 야단치는 장면인데 지우가 지후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쏟아낸다. 촬영 끝나고 너무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이준영)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생각을···. (웃음) 농담이고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놀랐다. 서현에게서 떠올리지 못한 모습들이 나오는데 무척 잘 어울리는 거다. 진짜 신기했다. 한번은 시선 맞춰주느라 앞에 앉아 있는데 '어 뭐지?'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 몰입을 잘해서 다른 사람 같았다.
(서현) 감사하다. 그 신이 지우와 지후에게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장면이라 잘해내고 싶었다.
둘 다 가수 활동을 하며 여러 무대에 올랐다. 그 경험이 연기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이준영) 최근 작품에서 밴드 멤버와 아이돌을 연기했는데 예전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 또 가수로 활동하면서 슬프고 좋은 기억과 감정이 많이 축적됐다. 그런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 이 정도 깊이의 감정을 내가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다.
(서현)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면서 담력도 키웠고 관객과 호흡하는 법도 알게 됐다. 가수가 노래와 제스처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배우 또한 말과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하지 않나. 그런 맥락에서 노래와 연기엔 비슷한 면이 많다.
가수로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도, 또 배우로서의 모습을 잘 알고 있는 관객에게도 '모럴센스'는 새로운 인상을 심어줄 작품 같다. '모럴센스'를 통해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이준영) 우리 둘에게도 도전적인 작품인 건 확실하다. 그래서 '두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것 같다.
(서현) 서로의 다름을 특별함으로 완성시킨다는 주제의 영화이기 때문에 보는 분들에게 그 점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
또 어떤 작품에서 서현, 이준영 배우를 만나볼 수 있을까.
(서현)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와 드라마 '징크스의 연인'이 있다. '모럴센스'의 지우처럼 그동안 내게서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이준영) 현재 '용감한 시민'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다. 앞서 서현 배우가 이야기한 것처럼 나 역시 지후와 완전히 상반되는 역할을 맡았다. 고등학생인데···.
(서현) 어 나도 (드라마에서) 19살로 등장한다!
(이준영) 아, 이번에는 내가 조금 더 많다. 나는 21살이다.
(서현) 나도 19살에서 21살이 된다.
(이준영) 우리는 떼려야 뗄 수가 없나보다. (웃음) 영화 '용감한 시민' 그리고 '황야'라는 작품으로 차차 인사드리겠다.
※ 연애 취향 밸런스 게임
애인을 리드하기 VS 애인에게 리드 당하기
(서현) 리드하기. 리드하고 싶기도 하고 당하고 싶기도 한데, 리드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이준영) 리드 당하기. 무작정 리드해버리면 상대가 불편해할 수 있고, 그런 상황이 연출되는 게 싫어서 따라가는 편이다.
연애는 솔직하게 VS 비밀은 필요하다
(이준영) 비밀은 필요하다. 상대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을 수 있지 않나. 나는 최대한 지켜주고 싶다.
(서현) 솔직한 게 좋다. 이야기 안 하면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되니까. 터놓고 이야기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준영) 서현씨 말을 들으니 마음이 바뀌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바꾸겠다. (웃음)
※ '모럴센스' 박현진 감독
'모럴센스'의 기대평을 보면 대부분 자극적인 플레이를 연상하는데, 실제로 영화에서 지우와 지후는 서로를 존중하며 천천히 가까워진다. 영화의 태도도 친절하다. 관객이 둘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빌드업을 한다.
지후는 자신의 성적 성향을 알지만 실제 파트너를 가져본 적은 없는 초급자고 지우는 지후를 만나 뒤늦게 공부하며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다. 둘 다 초보고, 같이 시작해 배우고 알아가는 상황이라는 것이 웹툰의 기본 설정이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가는 노선은 처음부터 택하지 않았다. 지우가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을 관객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나로선 큰 숙제였다.
그런 면에서 서현과 이준영 배우가 극을 잘 이끌어준 것 같다. 두 배우의 어떤 점 때문에 캐스팅을 결심했나.
워낙 소녀시대 팬이다. 콘서트도 다녀온 적이 있다. (웃음) 서현 배우는 착하고 성실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드라마 '시간' '안녕 드라큘라' 등에서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해왔더라. 만나서 대화해보니 어려서부터 걸그룹을 하면서 여러 일들을 겪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생활과 관련한 내공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지우 역시 직장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겪는 고충, 그에 대한 대처법 같은 것들을 캐릭터에 잘 반영해줬다. 이준영 배우는 '부암동 복수자들'이라는 드라마에서 눈길이 갔다. 사실 원작 설정보다 나이가 어려서 걱정했는데 배우는 나이에 국한되지 않으니 괜찮았다. 미팅하러 들어올 때는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영화 이야기를 하니 눈을 반짝이더라. 욕심내는 게 보여서 잘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글 조현나
사진 최성열
✱CREDIT: CINE21
영화 '모럴센스'는 모든 게 완벽하지만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지후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유능한 홍보팀 사원 지우의 아찔한 취향존중 로맨스를 그린 작품.
현실과 판타지, 일상과 특별한 관계를 오가며 서툴지만 아슬아슬하게 서로에게 다가가는 '지우'와 '지후'의 모습을 그려낸 '모럴센스'. 서현과 이준영, 두 매력적인 배우의 연기 변신과 그들이 선보일 케미스트리는 설렘 가득한 로맨스 감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우' 역을 맡은 서현은 "'지후'를 열심히 분석하고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 줘서 연기할 때의 시너지가 더 좋았다"라고, '지후' 역을 맡은 이준영은 "많이 이끌어주신 덕분에 재미있게 촬영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라고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해 두 사람이 만들어낼 색다른 케미스트리에 대한 기대를 더욱 배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