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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hyun GQ KOREA February 2022 - Beyond

서현 지큐 2월호 : 경계 바깥에서, 서현. 강박을 잠시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는 서현에게 다른 눈이 열렸습니다. 그 새롭고 산뜻한 시선은 연기에도 분명 녹아들겠죠. 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는 어쩌면 그 증거가 될 지도 모릅니다. #SEOHYUN #GQKOREA



서현의 반전 매력이 담긴 매거진 지큐의 화보가 공개됐다. 화보 속 서현은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자유로운 표정으로 눈길을 끈다. 어딘가 거친 눈빛과 포즈로 반항아적인 느낌을 준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이어진 컷들에선 젠더 뉴트럴 룩을 자연스럽게 소화, 그의 무궁무진한 변신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서현의 중성적인 매력이 담긴 화보와 진솔한 그의 인터뷰는 지큐 2월호에서 확인하세요.




1년 만에 만났는데 그사이 더 거침없어진 것 같아요. 표현하는 데 스스럼이 없는 느낌이랄까.
정말요?

그렇다니까요. 아마도 그사이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한 까닭이 아닐까요? 올해는 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 드라마 '징크스의 연인',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까지 작품 3개가 공개되죠. 기다림의 시간은 어떤 질감이에요?
설렘이 가장 크죠. 아직 저희끼리만 알고 있는 모습이잖아요. 스태프들과 그런 얘기 많이 해요. 작품이 빨리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요.

'모럴센스'는 어떤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서현에게는 비밀이 많아요?
"비밀이야"라며 친구들이 제게 털어놓은 것은 많죠. 저도 그렇고. 그런데 말하는 순간 비밀이 아니지 아닐까요? 세상에 비밀은 없는 거 같아요.

감춰둔 비밀 많을 줄 알았어요. 완벽주의자니까.
감추지 못해요. 굳이 감출 필요도 없고, 차라리 감출 일을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웃음) 마음에 부대낌이 있으면 더 불편하고 힘들어요.

서현은 비밀 털어놓기 좋은 상대라고 생각해요?
아마도요. 제가 마음을 활짝 여니까 단짝 친구들도 숨김없이 고민 상담을 자주 하더라고요.

서현 씨에게 털어놓으면 왠지 혼날 것 같은데.
잘못된 일이면 혼내긴 하죠. 바로잡아라! 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봐주려고 노력해요. 단, 비밀은 절대 발설하지 않아요. 상대가 저를 믿고 이야기해 준 거니까, 그 마음이 고맙고 소중하니까.

어린 시절부터 "네 감정 꺼내지 말아라"라고 스스로를 다그쳐왔다고 종종 이야기했어요. 연기는 다르죠. 닫힌 서랍을 계속 여는 작업이니까요.
꺼내지 않았을 뿐 그때도 수많은 감정을 느꼈어요. 다만 가수 위주로 활동할 때는 제 감정을 덮어두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할 때가 많았죠. 무대 위에서 늘 잘 짜여진 아티스트 서현이어야 했으니까. 가수와 배우는 다르지만 분명 맞닿는 지점도 있어요. 가수 역시 감정을 담아 노래하고, 저의 표정, 제스처, 몸짓으로 무대를 완성하는 거니까요. 연기는 인간 서주현이 겪은 것들을 토대로 2차 창조를 하는 일이니, 순간순간의 감정을 더 솔직히 꺼내어 표출하게 돼요.

닫아둔 서랍 속엔 의외의 서현도 있던가요?
사람들에겐 의외일지 모르지만 저만큼은 제 자신에 관해서 잘 알고 있었어요. 단지 외부에 노출이 덜 됐을 뿐이죠. 전 작품 '사생활'의 차주은 역할도 사람들은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분명 제게도 있는 모습이었어요. 이제껏 제 자신을 몰라서 헤맨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내게 이런 감정이 있다. 분명히 느끼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제가 행동해야 할 방향을 판단하죠. 이성이 감정을 컨트롤하는 거예요. 제가 느낀 무수한 감정을 잘 기억해 저장해두고, 연기할 때 하나씩 꺼내 봐요. 되짚어보면서 예전의 감정을 상기할 때도 있고, 또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을 마주할 때가 있어요. 그때는 감정에 솔직해지려고 해요.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몰입하죠.

진짜 감정들과 대면하는 방법이 있어요?
매 순간이 그래요. 매 순간, 내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과 상황을 맞닥뜨리고, 수많은 생각을 하잖아요. 전에는 무심코 흘려보냈던 것들을 지금은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해요. 감정에도 여러 단계가 있고, 디테일하게 파고들수록 감정의 모양은 복잡 다양해요. 일상생활에서 문득문득 얼굴을 드는 감정들과 대화를 하려고 해요.

감정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인가요?
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느낌에 더 가까워요.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전에는 긍정적이려고 더 노력했어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면 자신도, 상황도 힘들어지니까. 짜증이 나도 “짜증 내면 안 돼, 음악 듣자” 그랬죠. 지금은 짜증이 나면, 왜 짜증이 나지? 무엇 때문에? 감정을 들여다보면, 같은 짜증이라도 표정이 다양하더라고요. 제 자신을 올곧이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거기서 삶의 모순을 발견하기도 하죠?
맞아요. 매일 기쁘기만 한 하루도 없고, 마냥 화나고 짜증 나기만 하는 하루도 없죠. 무척 기쁘다가도 문득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갑자기 울컥하고 화가 나다가도 '그래도 괜찮아'라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올 때도 있어요. 인간이란 동물은 무척 복잡한 존재란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 아닐까요?

서현의 어린 시절도 퍽 재미있더라고요. 아빠가 담배 피우는 게 싫어서 입에 담배를 잔뜩 넣은 적이 있다고요.
아하하.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 일 빼고는 어렸을 땐 대체로 순한 아이였어요. 떼 안 쓰고 선천적으로 잘 울지 않았어요. 아, 하나 있었다. 치마를 너무 좋아해서 바지 입으면 유치원 안 간다고 울었어요.

너무 귀여운데요. 요즘은 잘 울어요?
전에는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삼켰어요. 요즘은 울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면 주저하지 않아요. 울고 싶어, 펑펑 울고 싶어! 생각이 들면 슬픈 노래 들으면서 왁 울어버리죠. 그러곤 하, 시원하다. 우는 것도 나쁘지 않네, 하고 털고요. 반대로 괜히 눈물을 참고 싶은 순간도 있어요. 샤워하면서 펑펑 울다가, 참다가 혼자 연기 수업하는 느낌이죠.

아주 진풍경이겠는데요?
자신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모습들이 계속 나타나고 보이더라고요. 제 자신을 계속 알아가야겠다고 느끼고 있어요.

자신에게 싫은 부분도 있어요?
있죠. 그런데 그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고, 제 모습 중 일부니까 사랑하려고 애써요. 아,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 받아들이면서.

전에는 싫은 부분을 바꾸려고 했을 것 같은데.
맞아요. 마음의 여유와 포용력이 생기면서 싫은 내 모습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어릴 땐 시야가 좁았어요. 앞으로 나아가야 된다는 생각뿐이었죠. 지금은 한 가지만 보고 나아가면 주변의 다른 소중한 여러 가지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은 한 번뿐인데 무엇을 위해 사는가, 자주 고민하거든요. 단순히 명예나 반짝이는 것들만을 위해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생각의 변화들이 캐릭터를 보는 시야도 달라지게 했나요?
그런 것 같아요. 전에는 작품 시나리오 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어요. 지금은 좀 더 사고가 확장된 느낌이에요. 이번 작품 '모럴센스'도 일반적인 '로코'와는 아주 다른 느낌인데, 소재만 봐서는 정지우란 캐릭터가 굉장히 특이하다고 여길 수도 있어요. 그런데 넓은 시야로 보니 이런 이야기도,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반드시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징크스의 연인'의 슬비는 어때요?
슬비는 지금의 저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예요. 그 아이가 처한 어떤 운명이 있는데, 그 운명을 거슬러서 사는 용기 있는 인물거든요. 저도 순응하기보다는 맞서는 성격이라 비슷하다고 느껴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촬영을 위해서는 매일 밤 불을 끄고 공포 영화를 봤다고요?
맞아요. 저는 원래 공포 영화를 못 봐요. 보고 나면 꿈에 그 장면이 그대로 나오거든요. 인생 마지막 공포 영화가 '알포인트'일 정도.(웃음) 그것도 학교에서 본 거고요. 그래도 배우니까, 도전해 보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번번이 실패했어요. 이번에는 단단히 결심을 했죠. 시나리오 받은 날부터 어둠 속에서 혼자 공포 영화를 보기 시작했어요. 제가 공포의 중심에 서야 하는데 거기서 지면 안 되잖아요. 너어어무 신기하게도, 해보니까 그게 되더라고요. 배우로 시야를 바꾸어보니 다른 눈이 열렸어요. 저 앵글은 어떻게 잡았을까? 저 연기는 어떻게 한 거지? 저 분장은 누가 했지?

그래도 분명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렇죠. 제 성격이 그래요.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하지 말자. 이도 저도 아니면 찝찝해요. 미적지근, 맹숭맹숭 이런 거 딱 싫어요.

뭐든 잘해야 하고, 지면 안 되고.
물론 이기는 게 더 좋지만, 때에 따라서지는 게 이길 때도 있어요. 당장만 생각하면 이기는 게 좋죠. 그런데 멀리 내다보면 내가 지금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런 순간은 직감처럼 찾아와요?
직감처럼 올 때도 있고, 이성적으로 차분히 생각하다 보면 답이 나와요. 지금 애써서 이긴다고 한들 당장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나중을 생각하면 이긴 게 진 것일 때도 있죠. 이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다져온 마음가짐이에요. 자꾸 읽지 않았다면 제 경험이 전부인 줄 알고, 경험에만 의존하며 살았을 지도 몰라요. 시야가 좁아졌겠죠.

얼마 전 '유퀴즈'에서 '긴장을 안 한다'는 걸 큰 변화로 꼽았는데, 그게 좋은 변화로 들리더군요. 요즘은 긴장 앞에서 담대해졌나요?
'잘해야 하는데, 못하면 어떡하지?' 긴장 앞에서 저는 늘 경직되었어요. 이제는 어떤 현장에 가도 저를 경직시키는 긴장은 없어요. 대단히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마인드의 변화죠. 물론 연차도 쌓이고, 내공이 쌓인 까닭도 있겠지만. 잘해도 못해도 그냥 하는 거지 뭐, 그런 마음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도 오케이, 이런 마음?
그래, 어디 한번 와 봐라!


에디터 전희란
포토그래퍼 김선혜
스타일리스트 성선영
헤어 케이트
메이크업 원정요

✱CREDIT: GQ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