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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퍼스트룩 204호 : 오랜 시간 잘 알고 지낸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가장 낯선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 머무르지 않는 김효진과 익숙함을 쫓지 않는 서현.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오래 낯선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SEOHYUN #1stLook



새로운 작품 '사생활'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변신을 시도한다고 들었어요. '뻔뻔한 사기꾼' 역이라고요? 의외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제가 맡은 '차주은'이란 역할은 기존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요. 누구보다 빠르게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이 흘러가는 원리를 바로 파악하는 인물이거든요. 많은 분이 '서현이 그런 역할을 소화한다고?'라고 갸우뚱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제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면 중에는 차주은의 성격이 많아요. 그래서 더욱 잘 표현해 내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색다른 변신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드리고 싶다는 기대가 커요.

촬영하면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뭐예요?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겠죠?
일상생활을 할 때도 서현이 아닌 차주은이 되려고 해요. 최대한 캐릭터답게 사고하고 행동하고요. 보통 때도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이때 주은이라면 어떻게 할까?', '지금 주은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 주은이의 입장에서 질문을 많이 던지곤 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답을 찾다 보면 주은이가 품고 있는 내면적 특징이나 캐릭터의 서사를 탄탄하게 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막내 이미지가 강해서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올해 서른이군요. 뭔가 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편인가요?
서른이란 나이는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막연하게 상상했던 제 서른 살의 모습이 바로 지금의 저예요. 어릴 적부터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거겠죠? 하하. 사실 서른 살이 되었다고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다만 저 자신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좋은 변화들이 생긴 것 같아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더 넓어졌고, 마음에 여유가 좀 더 생겼어요. 아, 그리고 저 자신을 의심 없이 믿게 됐어요. 좀 더 덧붙이자면 데뷔한 지 13년이 됐는데도 아직 저를 어리게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또 시간이 흘러도 소녀시대의 막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곁에서 지켜보면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꿋꿋한 사람이란 걸 알겠어요. 그간 정말 쉼 없이 달려왔죠?
10여 년간 정말 치열하게 달려왔어요. 늘 눈앞에 있는 일을 완벽하게 잘해내는 게 목표였고요. 그러다 보니 어떤 때는 문득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최근 몇 년간은 연예인 서현이 아닌 인간 '서주현'으로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죠. 인간 서주현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온전히 제게만 집중하다 보니 저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고 확신이 생겼어요. 좋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 거죠.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겪었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포함해 일을 할 때는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어요. 매 순간 후회하고 싶지 않기에 최선을 다해요. 하지만 인간 서주현은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내공이 쌓인 거겠죠. 그래서 예전보다는 문제나 시련에 직면했을 때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도 생겼고요. 물론 사람이란 완벽할 수 없기에 가끔은 실수도 하고 그 실수를 되풀이하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고 자책도 많이 했거든요. 이제는 그보다는 실수를 통해 새롭게 배우는 점이 참 많다는 걸 되새겨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저 자신을 다독이는 방법을 깨우치게 됐죠.

서현의 '사생활'은 어떤 모습인가요? 언뜻 보기엔 무척 재미없어 보이는데요, 하하.
맞아요, 특별한 건 없어요. 촬영이 없거나 일을 하지 않고 쉴 때는 저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려고 해요. 요즘은 기회가 많이 없긴 한데,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혼자 드라이브를 즐겨 해요.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정해진 목적지 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달리다 보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 같더라고요. 저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큰 행복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나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아하고요.

스트레스가 쌓이고 힘들 때 이를 푸는 소소한 방법이 있다면요? 우리가 잘 모르는 귀여운 취미 같은 건 없나요?
드라이브하는 거 외엔 가끔 집에서 빵이나 쿠키를 만들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제과제빵은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시작했는데, 제가 만든 쿠키랑 빵을 선물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저 역시 행복해지더라고요.

요즘 가장 욕심나는 부분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연기죠. 연기는 항상 새롭고 재미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죠. 제가 가진 게 많아야 소화할 수 있는 연기의 폭도 넓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적, 외적으로 계속해서 자극을 느끼고 이를 통해 저 자신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다양한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많은 감정을 느끼고, 책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는 그런 작업들요. 나날이 쌓아가는 경험과 상상력이 시너지를 낸다면 언젠가 후회 없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배우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변화한 점이나 달라진 점이 있어요?
제가 느끼는 모든 감정에 대해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솔직하게 됐어요. 평소 느끼는 감정들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연기할 때도 더 깊이 있는 표현이 가능할 테니까요.

많은 작품을 찾아본다고 했는데 최근 마음에 특히 남은 작품이 있을까요?
영화 '클래식'이에요! 이 작품을 정말 좋아해서 생각날 때마다 찾아보는데, 몇 번을 다시 봐도 명작이란 생각이 들어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만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순수하고 풋풋했던 첫사랑의 설렘과 또 처음이기에 서툴고 아련했던 감정들이 담겨 있잖아요. 볼 때마다 깊은 여운에 젖어들어요.

'클래식'과 같은 아련한 이야기와 서현도 참 잘 어울릴 듯한데 언젠가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끝으로 이 순간 서현이 꿈꾸는 '다시 만나고 싶은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낭만이 있는 세계요. 치열한 현실에 치여 살다 보면 점점 낭만을 잃어가잖아요. 저는 그래도 계속해서 삶에서 낭만을 그려가고 싶어요.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 한 장이나 꽃 한 송이를 건네는, 그런 낭만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Photographer 이준경
Fashion editor 강미선
Feature editor 이연우
Stylist 노지영
Hair 백흥권
Makeup 오가영

✱CREDIT: 1st Look



▼ [HQ ver.]

▼ [Behind C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