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써니 더블유 8월호 - 명백히 한 시대였다. 세상을 흔들었고 기준을 바꿨고 역사를 썼던 소녀시대의 지난 10년, 그리고 미래. : Girls’ Generation 한 시대를 새로 쓴 소녀시대의 데뷔 10주년 #W소시데이 #더블유코리아 #Wkorea #구찌 #Gucci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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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데뷔 10주년을 맞는 감회가 어떤가?
A: 원래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뭔가를 꾸준히 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10년 이상 하고 있는 건 일이 유일하다. 살다 보면 허무한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마다 소녀시대를 10년 해왔다는 게 버팀목이 되는 거 같다. 게다가 나 혼자 10년을 해왔다면 외로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경험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게. 멤버들, 팬들, 가족, 오래 함께 일해온 스태프들. 지난 시간이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 같다. 10년째인데도 또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행운인 거 같고.
Q: 얼마 전 생일 팬미팅 때 팬들에게 줄 선물을 일일이 고르고 포장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A: 생일 날짜에 맞추어서 515명을 초대하고 준비했는데, 막상 선물을 주고 나니까 그동안 받은 것에 비하면 너무 적어서 미안했다. 팬들은 어떻게 매번 뚝딱뚝딱 준비해서 줬을까 대단하게 느껴졌다. 역지사지의 입장을 가져볼 수 있었다.
Q: 지난 10년 동안 멤버들이 어떻게 달라진 것 같나?
A: 물론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던 친구들이긴 하지만 데뷔 때는 어리고 처음이기 때문에 수동적인 여자아이들이었다면 이제 더 주도적이 되었고 경험에서 오는 안정감도 있다. 다들 자기가 잘하는 게 뭔지 잘 알고, 그걸 위해 여전히 노력한다. 지금은 멤버 각자가 어디 가서 뭘 한다고 해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Q: 활동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나?
A: 몸이나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에도 그 안에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고, 지나오니 도움 된 부분이 있었다는 느낌이다. 각자 사춘기처럼 개인적인 슬럼프도 있었고, 팀의 어려움을 함께 겪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결국 도움이 되는 건 서로였던 거 같다. 같은 경험을 하는, 해왔던 사이가 주는 위로가 있었다.
Q: 아이돌이나 연습생 후배가 많아졌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자신의 나이에 맞게,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하고 싶은 건 뭐든 시도해보면 좋을 거 같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정말 잘하는 것,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을 알게 된다. 환상이 아니라 실재에 다가가면서 그 일과 나 자신과의 케미도 알게 되고. 다만 성공도 실패도 자기가 떠안아야 하는 거니까 너무 쉽게 봐서는 안 되겠지만. 또 하나 실질적인 조언이라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웃음).
Q: 소녀시대를 하면서 포기했던 부분이 있나?
A: 포기했다기보다 놓친 건 몇몇 있을지 모르겠다. 사랑을 받는 직업,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직업이다 보니까 내 욕심대로 다 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던 것 같다. 프로로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아쉬움이라면 내가 좀 더 성숙했다면 나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알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스스로를 다그쳤다는 거다. 이런 것들은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 같다.
Q: 소녀시대가 오늘날의 소녀시대가 되기까지, 당신은 팀에 어떤 기여를 하고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
A: "쟤도 저렇게 하고 있는데..."에서 '쟤'를 맡지 않았나 생각한다(웃음). 예전에는 체력도 약하고 낯도 많이 가린 내게 연예인, 특히 아이돌은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장르였다. 평소에는 병든 닭처럼 비실대고, 리액션도 별로 없는 편이어서 멤버들도 그걸 잘 알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소녀시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예를 들면 애교 같은 것도.
Q: 원래 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으로 비치는데, 그렇지 않나?
A: 학창 시절에는 평범하고 조용한, 부끄러움이 많은 학생이었다. 뭐든 경험하다 보면 스스로가 가진 부분이 개발되는 것 같다. 지금 알려진 개개인의 성격과 캐릭터는 우리가 그동안 노력해서 만들기도 했고,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투영하기도 해서 형성된 이미지일 거다. 물론 어릴 때의 모습부터 쭉 쌓여서 진짜 나의 모습도 속해 있지만 지금 실제의 나와는 다른 면도 존재하고. 지금의 나를 또 알리기 위해서는 또 계속 노력해야 하는 거 같다.
Q: 캣 산업 박람회에 갈 정도로 열성적인 집사다. 고양이가 바꾸어놓은 부분은 뭘까?
A: 고양이가 없던 시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가장 큰 변화는 나만 생각하지 않게 된 거 같다. 집에 가면 나를 맞이해주는 생명체가 있다는 게 신기하고, 매일 함께 소통하는 누군가가 생겼다는 게 나를 밝게 바꿔놓았다. 책임감을 갖고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하는 일이 처음이고 거기서 오는 경험이 새롭기도 하다. 물론 소금이도 나와 감정적으로 소통한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일방적인 관계 일지라도 풍부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점이 신기하고 고맙다. 기쁨뿐 아니라 미안함, 걱정까지도.
Q: 요즘의 관심사는 어떤 게 있나?
A: TV, 애니메이션, 영화, 그리고 다양한 게임을 좋아한다. 롤플레잉, 액션, PC, 게임기,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하고 또 지운다. 활동할 때가 아니면 평소에는 침대가 무릉도원이다 생각하며 한량처럼 보낸다.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편이다.
Q: 컴백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어떤 마음인가?
A: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이런 건 누구나 매번 하는 얘기일 거다. 이번만큼은 다른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따로 있을 때도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우리 멤버들 각자에게 1순위는 소녀시대고, 소녀시대에게 1순위는 함께 해온 팬들이다. 이제는 팬이라는 단어도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고 동지, 혹은 동료 같은 느낌이다.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