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태연 더블유 8월호 - 명백히 한 시대였다. 세상을 흔들었고 기준을 바꿨고 역사를 썼던 소녀시대의 지난 10년, 그리고 미래. : Girls’ Generation 한 시대를 새로 쓴 소녀시대의 데뷔 10주년 #W소시데이 #더블유코리아 #Wkorea #구찌 #Gucci
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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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뭔가?
A: 일단 짧은 파트 안에서 포인트를 나타내는 게 좀 어렵게 느껴졌다. 솔로 활동을 한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최근까지만 해도 혼자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길게 한 곡을 이끌어갔으니까.
Q: 여럿이 나눠 짧은 파트 안에 매력을 녹여내는 일이라면 베테랑 아닌가?
A: 내가 독특한 음색을 가진 편은 아니다. 그래서 짧은 파트를 임팩트 있게 표현해내는 일이 지금껏 쉽진 않았다. 녹음하면서 어떻게 하면 멤버들과 흐름을 잘 맞출지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Q: 멤버들 중 처음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솔로곡인 'I'가 곡이 좋았고, 곡을 낼 때마다 반응도 뜨거웠다. 솔로 활동을 통해 얻은 자산은 뭔가?
A: 좀 더 디테일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다 나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소녀시대로 있을 때는 딱히 정한 건 아니어도 각자가 자연스레 맡고 있는 역할이나 매력이 있는데, 그런 걸 나 혼자 다 보여줘야 했다.
Q: 음악적 주도권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면 좀 해소됐을 텐데.
A: 난 오히려 주도권을 내려놓고 최대한 맞추거나 응하는 편이다. 솔로 때는 내가 편해야 표현이 잘 되더라. 팀에서는 나 혼자 편할 수가 없으니 최대한 맞춘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내가 큰 의견을 내기보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도와줄 때 그들 생각을 잘 듣는 것도 편하고 좋다. 이번에도 그들이 생각하는 소녀시대 10주년은 어떤지 들어보는 게 좋았고.
Q: 앨범에 참여한 스태프들과 소녀시대 10주년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나눴나?
A: 힘을 주기보다는 팬들과 오랜 시간 함께 흘러온 것을 축하하고 즐기는 분위기로 가보자, 기념일처럼 치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Q: 언젠가 속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어려워 작사를 잘 안 한다는 말을 했다. 아티스트로 활동한 기간이 늘어날수록 자신을 더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게 일반적인데, 좀 의외였다.
A: 나도 내가 왜 그럴까 고민을 좀 해봤다. 다른 것보다 특히 가사에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아마 사람들의 오해를 신경 쓴 탓에 자기 방어적인 면이 생긴 게 아닐까 한다. 같은 말을 두고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 해석하는 일이 생긴다. 만약 내가 상상해서 어떤 이야기를 쓴다 해도 누군가는 그게 내 실화라고 여길 수 있다. 솔직히 말해, 그런 상황이 좀 겁나기도 한다.
Q: 그럼 태연은 어떤 식으로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A: 음, 그저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말을 했다가 '태연, 작사 안 해' 식으로 해석되는 일이 생길까봐 또 조심스럽다. 지금 시점이 꼭 가사를 적극적으로 쓸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일 뿐, 앞으로 어떤 계기나 영감이 생겨 죽죽 쓰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Q: 소녀시대를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한 가지씩 꼽아본다면?
A: 인생을 얻었다. '나'를 찾았으니까. 잃은 건 글쎄, 자잘하게 뭔가 많은 것 같은데... (웃음) 사생활, 그리고 소녀시대를 만나기 전의 태연. 나도 그 아이를 좀 만나고 싶은데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Q: 그런 경우에 대비해 일기라는 것이 있다.
A: 난 일기장 같은 건 종이 파쇄기에 갈아버리는 스타일이다(웃음). 일기를 보면 막 식은땀이 나서 못 견딘다.
Q: 무슨 이유일까? 오글거려서 못 참겠나?
A: 그 느낌이 무슨 느낌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겠는데, 하여튼 1년 전에 써놓은 스케줄표도 못 쳐다본다. 과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나에겐 오늘과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내일 역시 내일 돼서 생각하자는 주의다. 그래서 요즘 포스트잇을 애용하고 있다. 그냥 그때그때 적어놓고 붙여뒀다가 쉽게 버릴 수 있으니까. 내 방, 식탁, 거울, 현관 곳곳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마트에서 사야 할 것, 매니저에게 꼭 전달해야 할 말, 앨범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 등등 갑자기 떠오르는 내용을 일단 쓰는 거지.
Q: 여자끼리 모여 있으면 질투와 시기가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겠나?
A: "있지 그럼 없니?"(웃음) 우리에게 그런 점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그동안 참 많았다. 그런데 우리 멤버들 성격 자체가 어릴 때부터 비교적 솔직히 서로에게 말을 하는 편이었다. 불평이나 다른 생각이 있다면 입을 다물기보다는 말을 하는 게 낫다. 다만 뉘앙스가 중요할 것이다. '넌 왜 그래?' 대신 '난 이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넌?'으로 말하면 전혀 다르다.
Q: 데뷔 후 지금까지,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낄 만한 부분은 어떤 점인가?
A: 사람 대하는 법을 좀 터득한 것 같다. 말 한 끗 차이로 상대방의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소통하는 일에 좀 더 능숙해졌달까? 그리고 나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 역시 알아갔다.
Q: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팁 좀 주겠나? 나라는 못 지켜도 자기 자신은 지키고 싶은 사람이 많을 텐데.
A: 역설적으로, 희생이 필요하다. 옛날에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도 몰랐다. 인터뷰할 때 스트레스 해소법을 물으면, 진짜 그런 게 특별히 없는 것 같아서 없다고 대답했다. 주로 집순이로 살았고, 그래서 오히려 조금은 해롭기도 했다고 본다. 하지만 요즘엔 새로운 길을 찾았으니... 나, '코즈메틱 덕후'다. '코덕'으로 살면서도 이와 관련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최근에야 생겼는데, 화장품을 이것저것 많이 산다. 예전에는 집 밖에 나가 쇼핑도 잘 못하는 편이었지만 이젠 모자 쓰고 좀 나가기도 한다. 색조 제품을 사려면 직접 발색도 확인해야지.
Q: 뷰티 유튜버들의 화장대를 보면 맞춤 제작한 수납용 서랍이나 장도 있던데, 그 수준인가?
A: 어느 정도 그렇다. 예쁜 전구 조명 달린 거울을 주문했는데 조만간 도착할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신난다. 최근에는 블러셔와 컬러 마스카라를 많이 샀다. 아마 평생 써도 다 못 쓸걸?
Q: 마지막으로, 10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앨범은 간단히 어떤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나?
A: 녹음하면서 '맞아, 데뷔 초에 우리가 이랬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 시절의 소녀시대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앨범이 될 것 같다. 팬들도 그때를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